안성재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안성재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가 『남녘 남에는 남쪽이 없다: 한자의 뿌리로 옛사람의 생각을 읽다』(어문학사)를 출간했다.
한자(漢字)의 기원과 의미를 살필 때 보통은 동한(東漢) 시기 허신(30~124년)이 쓴 『설문해자』의 설명을 따르는데, 이 책은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전국을 통일하면서 만든 소전체(小篆體)를 바탕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진나라 이전인 선진(先秦)과 진나라 이후 차례로 등장한 서한 동한을 뜻하는 양한(兩漢) 고문을 전공한 안 교수는, 『도덕경』 『논어』 『예기』 등에서 허신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적잖이 찾아냈다. 예컨대 북녘 북(北)은 사람이 등을 기대고 앉은 모습으로, 원래 북쪽이란 뜻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북쪽이란 뜻을 지니게 되었을까?
『논어』, 「위정」에는 “정치를 행함에 덕으로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북두성이 그곳에 자리를 잡아서 여러 별이 함께 하는 것과 같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임금이 북두성처럼 북쪽에 자리하여 덕치를 펴면, 여러 별이 그런 것처럼 많은 사람이 몰려와 그를 따른다는 뜻이다. 즉 북녘 북(北)은 등을 기대고 앉는다는 뜻에서 출발하여, 훗날 지도자를 상징하는 북두성이 기대어 처한 방향인 북쪽이란 뜻까지 확대된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녘 남(南)은 종(鐘)의 모양을 본딴 글자로, 원래 악기와 음악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다가 하늘에 지내는 제사에서 예악(禮樂)을 행할 때, 악사들은 임금과 마주하는 방향인 남쪽에서 악기를 연주했으므로 점차 남쪽이란 뜻까지 생겨났다. 따라서 『시경』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은 각각 ‘주공과 소공의 음악(작품)’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처럼 안 교수는 현대 한자의 기원이 되는 고대 문자 갑골문과 금문을 바탕으로, 고문헌과 다양한 사진 자료까지 함께 제시하여 한자의 뿌리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한자는 외우는 것이 아닌 이해해야 하는 문자임을 강조하고, 또 딱딱하고 어려운 설명조의 문어체 대신 구어체 해설을 통해 쉽고 명료한 학습을 도왔다.
이 책은 입문자 눈높이에 맞도록 일상 속 단어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HNK(한중상용한자능력시험) 7, 8급에 해당하는 한자들을 대상으로 삼았으며, 각 한자의 번체와 간체, 중국어 독음을 병기해 ‘한자’와 ‘중국어’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학습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남녘 남에는 남쪽이 없다: 한자의 뿌리로 옛사람의 생각을 읽다』(어문학사)를 출간